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

우주전쟁의 기원을 타고 올라가 보면 영국의 작가 H.G. Wells의 원작 소설이 나옵니다. 원래는 소설이었던 것을 미국으로 배경을 바꾸고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해서 방송했더니, 실제로 사람들이 놀라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더라-_-는 이야기는 좀 유명하지요;

원작 소설의 표지라는군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해적판의 표지를 재현해 봤습니다(그림이 좀 뷁스러워 죄송합니다-_-)


1953년에 죠지 펄에 의해서 다시 영화화 됩니다. 제목은 같고 우주선들은 좀 더 세련되어 졌으며(삼각대가 없습니다) 핵무기까지 사용하고도 털끝 하나 못 건드리는 인간의 무기력한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저도 이것을 1980년대 초반에 TV로 본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전까지만해도 흑백 영화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영화 자체는 컬러인데 당시 집이 흑백TV(-_-)여서 그랬던 것 같네요.

1953년판의 화성인들의 우주선. 삼각대도 없고 날라다니죠-_-


스필버그 감독이 이걸 영화화 한다고해서 몇개월을 기다렸다가 봤습니다. 일단 보고나니 평가가 양극화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일단 이 '우주전쟁'을 국민학교 3학년 때 14번도 더 읽은 사람입니다. 아마 일본판을 불법 해적판으로 들여온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만, 아무튼 닳고 닳때까지 읽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이번 '우주전쟁'이 원작 소설을 거의 완벽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때문이죠.

원작 소설에서는 책표지에 문어 대가리 처럼 달린 머리통에 세개의 길다란 강철다리, 촉수처럼 뻗어나와 사람들을 휘감아가는 화성인들의 기계가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중에도 나옵니다. 소쿠리 같은 것에 사람들을 휘감아 쳐넣고...개개는 피를 빨리며 끔찍한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들의 기계는 뿌우우~ 하는 괴상하고 듣기 싫은 고성을 낸다...

스필버그 감독의 이번 영화에서는 문어 대가리가 좀더 세련 된 셔틀형으로 바뀌었을 지언정, 거의 모든 것들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촉수의 디자인은 1953년에 죠지 펄 감독이 제작한 '우주전쟁'에서 그대로 가져 온 것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이라면 상당한 각색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을 깨고 이렇게 완벽하게 원작을 재현해 놓은 것은 의외입니다.

외계인의 공격을 받고 사람들이 사라지는 방식도 같습니다-_-


영화를 보는 내내 옛날 생각을 하며 즐거워 할 수 있었습니다. 평가가 양극화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죠. 저 같은 사람이야 쥬니어 시절의 소설, 흑백 영화를 생각하며 비교 분석도 하고 의미가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서 원작 소설이나 죠지 펄 감독의 '우주전쟁'을 접하지 못한 세대라면?

상당히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설정을 1953년 것 그대로 갖고 왔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죠...

'각색은 전혀 없습니다' 하면서 쾌활하게 웃는 스필버그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드림웍스가 스필버그의 필명을 받아 개봉일까지 트라이포드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대단한 각색과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실소와 함께 '어이쿠' 하는 한대 맞은 기분을 느낀 것은... 저 뿐이었을까요?

6,000원 내고 보기에는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SF 효과에도 충실했고, 나름대로 휴머니티(??)를 그리려고 노력한 모습도 보이구요. 무엇보다도 일방적인 '미국만세'가 나오지 않아 반갑습니다-_-



PS..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시작 부분에 도시 전체의 전기장치 다 나가떨어졌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디카와 디캠-_-

마지막 부분에 어디서 설명도 없이 튀어나오는 아들-_-의 설정은 상당히 뷁스럽군요-_-




by stonepc | 2005/07/10 20:47 | 리뷰/기행기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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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OSH의 험난한 세상.. at 2008/03/17 07:57

제목 : [Movie] War of the Worlds 우주..
..... 다른 무엇보다 아내와,애들과,처가에 미움받는 이혼남 탐크루즈의 생활행태에 ...'그래, 나 (혹시)결혼하게 되면 딱 저짝 날지도 몰라. 하는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 모습을 화면에서 생생하게 보았습니다.정말 공포영화였습니다.영화나 각종 작품에서는 서정적이고 애틋하게 그려질 수도 있는 이혼한 부부.(거 뭐 서로 사랑했기에 이혼했다느니, 이혼했지만 서로 남은 정이 있다느니...)하지만 아주 현실적으로....사회 적응에 문제있......more

Commented by JOSH at 2005/07/10 21:32
PS에는 동감입니다..

원작소설 자체가 100년이 넘었다는걸 생각하면 정말 원작은 무서울 정도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왕이면 팀버튼의 화성침공도 같이 얘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쪽은 취향이 아니신가요~? ^^
Commented by stonepc at 2005/07/10 21:41
팀버튼의 화성침공은 블랙코미디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평하는 영화죠 ^^ 단지, 이번 리뷰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스필버그 감독의 의도로 넘어오는 진행이라 언급이 없었군요 ^^

사실은 작성하다보니 시간의 압박도-_-
Commented by loki at 2005/07/11 01:09
확실히 원작 그대로 표현한것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문제는 너무 원작에 충실해서 대부분 영화 끝에 "뭐야 이게.."라고 말하더군요. 원작이 원래 용두사미였으니 만큼.. ;;
그러고 보니 예전에 우주전쟁으로 소란있었던걸 영화화 한게 기억납니다. 차를 버리고 마구 도망가고..
디카나 디캠은 코일을 안쓰나 보죠.. 그런데 멈춤 자동차는 코일이 문제인데, 어째 멀쩡한 코일이 있을수 있을까? 같이 망가져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Commented by stonepc at 2005/07/11 01:25
음...1953년판은 그 용두사미가 참 감동적이었는데-_-;;
핵폭탄까지 튕겨내 버리는 무시무시한 쉴드의 위력 앞에 체념하는 인간들-_-;;

그런데 미생물이 우리를 살려주시더라-는;

코일이라고 하셔도 핸드폰과 손목시계까지 작동이 안된다고 확인해주는 탐크루즈의 친절한 컷이 있었지요 아마-_- 손목시계는 모르지만 핸드폰은 확실히 코일을 쓰지 않습니다;;

PS-

근데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전에 포스팅하신 그거요..--;
설마 진짠지...너무 주제가 무거워서 댓글 못달았습니다.;
Commented by loki at 2005/07/11 11:15
그거는 소설나부랭이 카테고리 밑에 습작나부랭이 소속입니다. -_-;; (에... 쉽게 말해 픽션이죠.. ;;)
Commented by (par)Terre at 2005/07/11 11:19
원작이 나왔을 당시엔 그런 결말도 센세이셔널 했겠죠.
너무나 강력한 외계인의 침공에 힘없이 당하기만 하고 있는 지구인 이라는 것이 쇼킹했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 영화는 보지 않았기에 "코일"의 개념이 뭔지는 몰겠지만서도.. 일반적인 의미의 코일(자기장에 의한 진동발생장치, 또는 진동에 의한 자기발생장치)이라면.. 휴대폰에도 들어있습니다.(수정진동자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면...)
Commented by (par)Terre at 2005/07/11 11:19
아. 코일 의미에 하나 더.. "자기에 의한 자기 유도장치"(Trans 에 사용되는..)
Commented by [ㄴ]abaru97 at 2005/07/11 11:29
지난 목요일에 회사 사람들 몇몇이랑 관람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친구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을 빌려다가 멋대로 읽은 기억이 있는 작품이었죠. 회사에서 20자평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당장이라도 밖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현장감이 넘치는 영상미...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재현했다라는 스필버그의 말 때문에 이 영화는 (원작을 모르는 대중에 대하여)실패했다.」
Commented by stonepc at 2005/07/12 00:46
loki//
윽...-_-;

빠뗄//
그럼 디카에도 들어있을것 같은-_-;

수바루97//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_- 의외로 재미있다는 신인류도 있는듯...;; (뭐 저는 어차피 구인류니까 재미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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