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기획자가 프로그래밍 언어 꼭 알아야 되나(上)

발행일 제 317호 2008년 02월 18일
<이우진의 거칠컬럼 / 44회> 기획자가 프로그래밍 언어 꼭 알아야 되나(上)
게임업계에서 기획자와 경영자, 마케터의 장벽을 넘나들며 일한 것이 어언 17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끔 책상머리에 앉아서 과연 게임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업계에 입문한 초기에는 반드시 기획자가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발상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래머들을 만나다 보니 프로그래머들이 기획자의 프로그래밍 지식에 대해 고려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A: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면 된다.
B: 기획자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 얼마나 하나, 혼자서 게임을 만드는 시대는 갔다.
절반은 기획자가 프로그래밍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프로그래머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요구했다. 그런데 여기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은 전문 용어의 뜻과 의미만 알아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기획자가 아니라 경영자, 심지어 사장이라도 관련 서적을 몇 달만 독파하면 이를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기획자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독소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또 아이러니 한 것이 기획자로서 십여 년 이상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쌓여 간다. 그렇게 기획자가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을 습득한다고해서 개발이 매우 편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쌓이면서 프로그래머와 얘기할 때 조금 더 편해지는 것은 있지만, 그런 프로그래밍 지식 때문에 처음 기획을 할 때 ‘이건 하드웨어적인 이런 문제 때문에 안 되지 않을까?’, ‘시나리오를 이렇게 하면 프로그래밍 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는 복잡한 생각에 휘말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게임이 재미없어지기 쉽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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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achine 2008/03/30 20:58 #

    마지막 부분이 정말 치명적인거 같습니다.

    결국 한곳에만 신경 쓰게 되면 정작 중요한 기획 부분에서 제대로 그 힘을 발휘 할 수 없으니깐요.
  • 제리 2008/03/30 22:29 #

    저희 플머는 기획은 1%의 센스와 99%의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죠. 그래서 전 재미라는 명목으로 별에 별 것을 요구하고 플머는 울면서 'ㅆㅂ! 내가 미쳤지,' 라고 외치고는 제작을 합니다...(물론 이게 재미날 것인가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들어간 후)
  • stonepc 2008/03/31 00:33 #

    ㅎㅎ 게임개발은 힘들죠 ^^
  • ProgC 2008/03/31 04:32 # 삭제

    저는 기획자는 반드시 하드웨어 스펙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만일 모른다면 프로그래머와 상담을 해서라도 가능한 기술이 있고 가능하지 않은 기술이 있는지 최근의 하드웨어, 인터넷 속도 등등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야 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겠지만 팀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제가 근 10년간 느낀것은 하드웨어 스펙을 애초부터 고려하기 때문에 기발한 상상과 게임을 못만드는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최신의 기술도 기획자들이 모르는것이 대다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것을 활용하는 기획안이 안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래머가 공부를 안해서 못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Wii의 경우에도 그렇고,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컴투스, 게임빌도 그렇고 주어진 스펙에서 기획을 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그 중에서 살아남는 회사, 좋은 기획자는 주어진 스펙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재미를 만들어 주는것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게임빌의 놈이라는 게임은 핸드폰을 돌려가면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PC에서 불가능합니다. (가능하지만 잘못된 기획이겠지요.) 이런 재미는 스펙을 최대한 잘 활용한 것입니다. 비록 Frame도 낮고 cpu도 느리지만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컴투스의 줄넘기도 그렇고요. (스펙에서 지원안하면 프로그램으로 애초에 만들 수가 없습니다. 요새 ps3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Wii나 모바일에서도 잘 하는데 엄청나게 개방되어 있는 PC에서 하드웨어 스펙 때문에 재미를 기획 못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요새 나와 있는 뷰 전환, 지네틱, 신경망, Fluid, 메타 볼 등등...

    새로운 재미는 새로운 기술에 기반하지만 결국 주어진 스펙에서 돌아가고 기술을 재미로 승화 시키는 것은
    기획자 몫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우진님께서 개발을 하시면서 프로그래밍 지식을 얻었을 때나 얻지 않았을 때나 별다른 차이점을 못느끼는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블로그나 여러가지를 보면서) 애초부터 창작이란 어떤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언어적 감각으로 물처럼 개발을 진행'하셨다고 보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건 없건 별 상관이 없지요.


  • stonepc 2008/03/31 04:43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빌의 놈의 경우, 스펙이나 기술적인 고려 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기획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플랫폼의 제한이라든지, 핸드폰의 해상도, 화면 사이즈, 힙메모리의 양에 따른 기획의 제한 등을 먼저 고려했더라면 나오지 못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핸드폰을 보고 장난감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기획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mmorpg도 그저 밸런싱에만 주안하던 시대가 있었고... 와우 이후 시나리오에도 주력하는 분위기지만...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rpg 게임을 하기 위해 마우스를 붙잡고 책상머리에 앉았을 때... 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생각합니다.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죠.

    그리고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생각을 하고요...욕심 같아선 기획도 잘하고 프로그래밍도 잘하고...가급적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기획을 잘하면 좋겠지만, 이런 사람이 거의 없죠...트라이에이스의 사장 정도면 모르겠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업종을 거쳐 현재는 영화, 방송계에서 일 추진하는걸 보고 있는데 결국 똑같더군요.. 감독이 시나리오부터 연출, 연기, 촬영, 특수효과, 사운드...다 잘할 수 없습니다.

    기획이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요새 충무로나 여의도나 대부분 분위기가 기획,시나리오에서 거의 흥행이 50% 이상 결정 된다고 하니까요... 좋은 배우 써서 흥행하는 시대는 한참 지났습니다. 연출도 시나리오에 묶여 한계가 있고요...제작비로 승부하는 것도 어렵고...

    온라인 게임도 이제 슬슬 인간이 추구하는 본연의 재미에 맞춰진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초기 기획이 게임의 흥행을 대부분 결정하게 되는..

    그럼 좋은 개발 하시고요..
  • 왕풍뎅이 2008/04/14 03:58 #

    나도 이제 별교수 처럼 1인 제작자 대열에 초금 다가섰다능...

    c++,mfc.winapi, 2d&3d cg, midi, sound,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능...

    이제 곧 미칠거라는..나주모 병원에 입소...
  • storm 2008/05/16 13:57 #

    적어도 시스템 기획을 한다면 객체지향적 설계방법이나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개념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창의적인 발상이 틀에 갇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죠.
  • parTerre 2008/05/26 10:49 #

    알아서 좋을 때와 알아서 불편할 때의 구분만 잘 한다면, 알아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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